[People]출판인 박정민, 소외된 것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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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인 박정민,
‘무제’의 무한한 가능성을 말하다

시각장애인의 독서 환경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점자 도서를 읽을 수 있는 시각장애인의 비율은 전체의 5%도 채 되지 않는 반면, 오디오북 이용률은 80%에 달합니다. 그러나 높은 제작비와 인프라 부족으로 오디오북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배우 박정민은 이 문제를 자신의 방식으로 풀어나가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섰습니다. 그 시작은 약 3년 전, 한국장애인재단과 함께한 오디오북 제작 프로젝트 ‘소리소리마소리’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시각장애인 아버지를 둔 그는 그동안 아버지께 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품어왔습니다. 그 바람은 단순히 낭독 봉사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박정민은 자신이 운영하는 출판사 ‘무제’를 통해 오디오북 제작이라는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Source I SEM COMPANY




드라마 같은 오디오북의 탄생

무제의 오디오북은 기존 방식과는 다릅니다. 단순히 성우의 낭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 배우들을 섭외해 연기를 더한 ‘라디오 드라마형 오디오북’을 제작합니다. 박정민은 이를 위해 작가 김금희에게 특별히 대사가 많은 소설을 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소설은 종이책으로 출간되기 전, 오디오북으로 먼저 공개됩니다. 판매 수익금은 전액 한국장애인재단에 기부될 계획이고요.


박정민은 이 과정에서 단순한 봉사 이상의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그는 “책을 소리로 연기하는 과정은 마치 하나의 예술 작업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누군가의 삶에 가치를 더한다는 점이 더욱 뿌듯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Source I YouTube 소리소리마소리





소외된 것들, 이름 없는 것들을 조명하다

‘무제’는 단순한 출판사를 넘어, 소외된 주제들을 다루는 공간입니다. 첫 번째 책 살리는 일은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박소영 작가의 에세이로, 동물권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두 번째 책 자매일기 역시 동물 구호 활동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 두 책은 무제가 걸어갈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소외된 것들, 이름 없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주는 것이 무제가 하고자 하는 일입니다.”


Source I 출판사 무제




책을 사랑하는 배우의 또 다른 도전

출판사를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박정민은 “책은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들면서도 무언가를 창작하는 기쁨을 줄 수 있는 매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는 첫 번째 책을 출간할 당시 자신의 배우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숨겼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는 작가들의 작품이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적극적으로 내걸기로 했습니다.


이미 에세이 쓸 만한 인간을 출간한 작가로, 애서가로 잘 알려진 그에게 출판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도전은 그의 창작 영역을 한층 더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Source I YouTube 편잡자 K




다시, 채집의 시간으로

지난해 영화 <전, 란>으로 관객들을 만났던 박정민은 올해는 연기를 잠시 내려놓고 출판사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배우로서도, 출판인으로서도 다시 채집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더 나은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자양분을 쌓는 시간이죠.”


그가 무제를 통해 만들어갈 다음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라디오 드라마 같은 오디오북부터 동물권 에세이까지, 그의 발걸음은 단순히 책을 만드는 것을 넘어, 소외된 이들과 그들의 목소리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Source I VOGUE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