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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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취약함이 만드는 환대의 공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

Image source I @MMCA


우리는 무의식중에 '표준적인 몸'을 기준으로 세상을 설계해왔다. 계단의 높이, 키오스크의 글씨 크기, 문턱의 높낮이까지—이 모든 것들이 특정한 몸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그 기준에서 벗어난 몸들은 어떻게 이 공간들을 경험하고 있을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 중인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5.16~7.20)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장애, 노년, 질병 등 신체의 다양성을 살펴보고 표상하는 작가들의 질문과 실천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정상성'의 기준을 다시 생각해보도록 한다.


취약함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관계성

전시 제목의 '기울인 몸들'은 완벽하지 않은, 불완전한 상태로 존재하는 우리 모두의 몸을 가리킨다. 누구나 나이가 들고, 아프고, 제한을 경험한다. 이런 취약함은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보편적 조건이다. 전시는 이러한 취약함을 숨기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대신, 서로를 이해하고 돌보는 관계의 출발점으로 재정의한다.


작가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몸의 경험을 가시화한다. 보철물을 통한 움직임의 탐구, 나이든 몸의 서사, 질병과 함께하는 삶의 풍경들이 회화,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으로 펼쳐진다. 이들의 작업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서, 다른 몸을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감각적 통로를 제공한다.


포용적 공간을 향한 실험

국제박물관협회(ICOM)는 2022년 개정된 박물관의 정의에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 이용하기 쉽고 포용적이어서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을 촉진한다"는 과제를 포함했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어떻게 다양한 몸을 환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험이기도 하다.

전시장 곳곳에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동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설명, 다양한 높이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배치 등이 고려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서, 다른 몸의 관점에서 공간을 재구성하는 시도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돌봄의 문화

《기울인 몸들》이 궁극적으로 제안하는 것은 경쟁과 효율성 중심의 사회에서 돌봄과 상호부조를 중심으로 한 문화로의 전환이다. 취약함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대신, 우리 모두가 서로의 취약함을 마주하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전시를 관람하며 우리는 묻게 된다. 과연 우리는 어떤 몸을 기준으로 일상을 설계해왔는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모든 몸이 환대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갈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작품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시장을 나선 후 우리가 만들어가는 일상 속에 있을 것이다.


전시 정보

  • 기간: 2025년 5월 16일(금) ~ 7월 20일(일)
  •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관람료: 성인 2,000원